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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
    좋아하는 시 2018. 11. 2. 08:37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 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늘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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