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좋아하는 시 2018. 12. 17. 22:46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옛날의 불꽃 -최영미- (0) 2018.12.18 중심의 괴로움 -김지하- (0) 2018.12.18 파도타기 -고정희- (0) 2018.12.17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오규원- (0) 2018.12.17 푸른 하늘을 -김수영- (0) 2018.12.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