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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슬포 -도종환-
    좋아하는 시 2019. 1. 16. 05:28

    모슬포 -도종환-

    바람 몹시 불어 못살겠다고 못살포라 불렀다
    대정에서 걸어서 모슬포에 다녀오는 날 있었지
    오년이 지났어도 解配는 기약 없고...
    몰락의 시간은 길었지
    가슴 가운데 숭숭 구멍 뚫린 바위가 되어
    파도의 손바닥에 철썩철썩 얻어맞으며 막막하던 나를
    물새들이 애처로이 내려다보곤 했지
    얼마나 많은 슬픔들이 바다로 흘러드는지
    얼마나 많은 상처들이 모여서 난바다 가득 반짝이는지
    모슬포 모랫벌에 서면 알 수 있지
    몹쓸포 몹쓸포 하면서도
    살아야 하는 나날은 밀물처럼 밀려왔지
    온종일 슬픔을 다 걸어서 모슬포를 다녀오는 날은
    파도에 씻긴 몽돌을 손에 쥐고
    오래오래 물결 소리 듣곤 했지
    땅끝까지 와서도 오연했으나
    바다를 건너와서는 그걸 내려놓기로 했지
    버림받은 세월을 건너는 길은 깊어지는 길밖에 없었지
    바람 속에서 천천히 먹을 갈기로 했지
    바닥까지 떨어진 뒤에 너는 어찌했는지
    섬에게 물어보기로 했지
    毒風은 우리를 길들이기 위해 찾아오는지
    쓰러뜨리기 위해 오는지 해송에게 물어보기로 했지
    아니지 이 세월을 받아들인 건 언제부터였는지
    말 없는 모슬포에게 물어보기로 했지
    말 없는 몹쓸포 못살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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