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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사건과 우물 -서정주 -좋아하는 시 2019. 2. 3. 12:54
간통사건과 우물 -서정주 -
간통사건이 질마재 마을에 생기는 일은 물론
꿈에 떡 얻어먹기같이 드물었지만
이것이 어쩌다가 주마염 터지듯이 터지는 날은 ...
먼저 하늘은 아파야만 하였습니다
한정없는 땡삐 떼에 쏘이는 것처럼 하늘은
웨-하니 쏘여 몸서리가 나야만 했던 건 사실입니다
"누구네 마누라하고 누구네 남정네 하고 붙었다네"
소문만 나는 날은 맨 먼저 동네 나팔이란 나팔은 있는 대로 나와서
'뚜왈랄랄, 뚜왈랄랄' 막 불어자치고, 꽹가리도, 징도, 小鼓도, 북도,
모조리 그대로 가만있진 못하고 퉁기쳐 나와 법썩을 떨고,
남녀노소, 심지어는 강아지 닭들까지 풍겨져 나와
외치고 달리고, 하늘도 아플 밖에는 별 수가 없었습 니다.
마을 사람들은 아픈 하늘을 데불고 가축 오양간으로 가서
가축용의 여물을 날라 마을의 우물들에 모조리 뿌려 메꾸었습니다
그러고는 이 한 해 동안 우물물을 어느 것도 길어 마시지 못하고,
산골에 들판에 따로따로 생수 구멍을 찾아서 갈증을 달래어
마실물을 대어갔습니다.'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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