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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서 과동기가 술한잔 하면서 10년 넘게 사귀다 헤어진 과후배를 꺼내길래, 덕분에 취해서 부르는 노래방 18번이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했더니, 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냐고 물었다.
어릴 때야 같은 대학생이고, 장래의 가능성만으로 애인이 되는거지만 나이를 먹고, 돈 맛을 알게되는 사회에서는 그게 가능하더냐고, 가진 것 없이도 콩꺅지가 씌여 물고빨고 사랑해 하는 것이지, 그게 남자보다 여자때문에 변하더라고, 그래서 너무 아픈 사랑은 아니다고 대답했더니 별로 공감을 못하는 눈치였다.
술집 창녀와 연애하는 애인, 결혼상대의 다른 점이 뭘까, 돈만 주면 눈을 반짝이고 별짓을 다해주는게 창녀일건데, 애인과 마누라는...달라야 되는데...다른게 뭘까...
피붙이, 친구, 동창, 동향, 동지를 들먹인다고 다르게 여겨지지 않게 되는게, 궁핍해지면 피아 구분이 확연해져 피붙이라고 떠드는지, 친구가 맞는지 확실해진다.
무슨 관계를 들먹이며 어떠해야 된다는 전화에 더 해줄 것도 없고, 남보다 못한 것들이 무슨 피붙이고, 친구냐고 전화를 끊었다.
취해서 부르는 노래가 마음에 들었는지 전화번호를 저장하던 술집 여자 전화도 받지 않는다. 돈냄새 맡을 때야 웃는 얼굴로 별짓이겠지만, 그걸 헤벌레해서 놀아줄 미친 짓거리가 내키지 않아서다.
길거리 쭉쭉빵빵 미녀가 좋다한들 가난한 주머니 사정에 여전히 웃는 얼굴이 아닐 것인데, 헤벌쭉 할 미친놈이 되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가난하면 여러가지가 불편하고 안 좋은데, 세상도 사람도 있는 그대로 보이고, 피아 구분이 확연해진다. 피붙이인지, 친구인지, 지나가는 행인1, 2, 3 인지....
읽은 책, 읽어야 할 책도 달라지고, 연락하고 만날 사람도 바뀌고 변한다.
사상 이념 주의 국가 사회 피붙이 친구 이웃 모두가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버려지고, 버려야하고, 너무 아픈 것은 사랑이 아니더라는...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일상에 대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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