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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문정희-
권력은 들짐승이다
사냥꾼들 몰이꾼들 몰려드는 것을 보라
쫓고 쫓다가 드디어 포획한 짐승을 둘러싸고
서로 입맛을 다시며
한판 벌이는 잔치를 보라
무슨 수로든 잡은 놈이 임자, 하지만
자칫 권력이 그를 삼킬 수도 있다
한 번도 권력을 포획해 본 적이 없으니
살코기 맛도 피 맛도 알 리 없지만
허공에 뿌리 쳐든 고목처럼 나자빠진
살찐 짐승 주위에서
끝없이 들려오는 고함과 주먹다짐을 본다
아나! 너도 한 점 먹어라
눈알을 팔다리를 나눠 먹다 보면
권력은 이내 두려운 괴물이 되고 만다
벌써 사방에 상한 냄새를 풍긴다
심장 없는 허장성세
허망의 희희낙락, 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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