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우라지 -박세현-좋아하는 시 2020. 11. 3. 07:38
아우라지 -박세현-
곰추잎에 묻은 이슬이 마치 눈물같더라는 비유가
아직은 개울 건너 최서방네 상투처럼 남아있는 마실.
기차도 들어오고 전기도 들어오고 교회도 들어왔지만
5원짜리 동전마냥 볼짱다본 최구장네 할머니 매일이다시피
그 이승처럼 푸른 아우라지 돌다리를 건넌다.
골에서 나 골로 시집올 때, 그대도 머리에 구름 한송이 이고
강 건너 눈감고 떠나왔지.
바람뿐인 장터에서 만두국 장사로 보낸 육십.
영감은 면소의 임시직에 마작판에 갈보들과 막판엔
백수건달이 되어 속절없던 그 세월을···
가슴에 배긴 것은 모두 꼬들빼기처럼 자라
죽지 않고 늙지 않고 저마다 살아간다.
이젠 흰머리 하나 장터에 박아두고 지신이나 밟듯
매일이다시피 아우라지 돌다리를 건넌다.'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가 있던 자리 -천양희- (0) 2020.11.12 내 시 어떤가요 (0) 2020.11.03 너무 많이 속고 살았어 (0) 2020.11.03 나는 없다 -박세현- (0) 2020.11.03 서성인다 -박노해- (0) 2020.11.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