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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가 있던 자리 -천양희-
    좋아하는 시 2020. 11. 12. 15:54

    새가 있던 자리 -천양희-

    잎인 줄 알았는데 새네
    저런 곳에도 앉을 수 있다니
    새는 가벼우니까
    바람 속에 쉴 수 있으니까
    오늘은 눈 뜨고 있어도 하루가 어두워
    새가 있는 쪽에 또 눈이 간다
    프리다 칼로*의 「부서진 기둥」*을 보고 있을 때
    내 뼈가 자꾸 부서진다
    새들은 몇 번이나 바닥을 쳐야
    하늘에다 발을 옮기는 것일까
    비상은 언제나 바닥에서 태어난다
    나도 그런 적 있다
    작은 것 탐하다 큰 것을 잃었다
    한 수 앞이 아니라
    한 치 앞을 못 보았다
    얼마를 더 많이 걸어야 인간이 되나
    아직 덜 되어서
    언젠가는 더 되려는 것
    미완이나 미로 같은 것
    노력하는 동안 우리 모두 방황한다
    나는 다시 배운다
    미로 없는 길 없고 미완 없는 완성도 없다
    없으므로 오늘은 눈 뜨고 있어도 하루가 어두워
    새가 있는 쪽에 또 눈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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