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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치킨집에서...일상에 대하여 2021. 1. 3. 04:13
어깨죽지 통증으로 처박혀 지내다 나흘만에 한잔하러 들른 동네 치킨집에 10여 년 전에 방배동으로 가게를 옮긴 소곱창집 사장이 합석을 권하며 반가운 척이다.
저녁 장사로 출근 길에 들른 24시간 감자탕집이 소주 반 병을 마시고 일어났고, 누가 오네마네 술값을 치루던 쑥고개에서 가게를 한다는 앞자리 뚱보가 취했는지,
가게 문을 닫는 날인데 찾아왔더라고, 12년 전에 곱창집 닫는다고 연락와서 와이프랑 갔었던게 마지막이었는데,
같이 모임도 하고 그랬었지요?
깨졌어요.
들어보니 동네에서 이런저런 복잡한 일이 있어서 모임이 깨지고 불편해져서 가게를 옮겼다던데, 나는 그런 것 없이 자주 들르던 가게여서..
10여 년 전에 동네 장사치들 친목회로 울릉도에 놀어가서 취해서는 시비가 붙어 파출소를 가고, 돌아와서는 놀러가서 그렇게까지 해야되냐 다툼 끝에 왕따를 당하고 손님이 끊겨 쫓겨나다시피 가게를 옮겼던 일을 치킨집 사장 부부와 들먹이는데,
담배피러 나갔던 소곱창집 사장이 한참 후에 들어와 지갑을 꺼내더니 5만원 두 장을 서른 넘은 공무원 하는 치킨집 딸에게 건넨다.
저도 이젠 돈을 벌어서...
아저씨가 주는거니 받아라~~
고맙습니다.
김영란법에 걸리는 거 아니야? 직무와 관련된게 아니라서 괜찮아요.
몇 잔 더 마실까 망설였던 생맥주 값을 치루고 다음에 또 뵙자는 악수를 나누고는 일어났던게,
대구가 고향이라는 소곱창집은 방배동 먹자골목에서 낮에는 점심장사, 저녁에는 고기장사로 그럭저럭 돈을 벌고 산다는데, 10여 년 장사했던 신림동 고시촌 골목 추억 때문일까, 현재가 불만스러우면 과거 추억이 미화되어 떠올려지는걸까, 술동무를 찾아 코로나로 일찍 문을 닫는 가게를 핑계로 한잔하러 와서는 10여 년 전 불편함을 다시 듣고 있는지...어느 자리건 불편할 필요가 없을 것인데...동창 모임도, 태어난 고향도 아닌 동네의 추억을 안고 사는 것인지...어디나 어울려 놀 사람은 있을 것 같지만 녹녹치 않은 것일까...
2인칭,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마주하는 새해 겨울날 풍경....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정현종-
안다고 우쭐할 것도 없고
알았다고 깔깔거릴 것도 없고
안다고 알았다고
우주를 제 목소리로 채울 것도 없고
누구 죽일 궁리를 할 것도 없고
엉엉 울 것도 없다
뭐든지간에 하여간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그게 활자의 모습으로 있거나
망막에 어른거리는 그림자거나
풀처럼 흔들리고 있거나
그 어떤 모습이거나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일상에 대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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