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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과 나 -김방주-좋아하는 시 2021. 1. 22. 07:53
어느 시인과 나 -김방주-
문학을 30년 넘도록 끼고 살았다는 사람
포도청 앞에서 공장도 다녀보고
이것저것 가게도 식당도 해봤다지만
쫄딱 망해 다 말아먹고
한때는 노동판으로
길바닥에서 붕어빵도 팔아봤다는 그
아는 사람 만날까 눈을 최대한 가늘게 뜨진 않았을까
시장사거리 어묵장사 시절
시를 자존심의 구겨진 모조지에 함께 말아
바닥에다 패대기치진 않았을까
그래야 마땅할 것 같은데, 그는
오밤중 책 읽고 글을 쓰며
눈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오년 동안 길거리에서 시를, 시를 지었다고 한다
문학이란 자기를 곧추세우는 척추 같다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일만이 사악한 마음을 구제한다고
그리고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이 세상에 늦은 나이란 없다고
나의 가장 큰 후원자는 나라고 말했던
그 시인 때문에 시방 나도 이러고 있는 것이다
새해에는 시적 자존의 깃털 몇
빳빳이 세워
한파도 무더위도
구멍 난 주머니까지도 다 막아낼 수 있기를
그를 만났던 인연의 나도 그러하기를'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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