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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책없는 봄 -임영조-
    좋아하는 시 2021. 1. 26. 14:54

    대책없는 봄 -임영조-

    ​무엇이나 오래 들면 무겁겠지요
    앞뜰의 목련이 애써 켜든 연등을
    간밤엔 죄다 땅바닥에 던졌더군요
    고작 사나흘 들고도 지루했던지
    파업하듯 일제히 손을 털었더군요
    막상 손털고 나니 심심했던지
    가늘고 흰 팔을 높이 뻗어서 저런!
    하느님의 괴춤을 냅다 잡아챕니다
    파랗게 질려 난처하신 하느님
    나는 터지려는 웃음을 꾹 참았지만
    마을 온통 웃음소리 낭자합니다
    들불 같은 소문까지 세상에 번져
    바야흐로 낯 뜨거운 시절입니다
    누구 짓일까, 거명해서 무엇하지만
    맨 처음 발설한 것은 매화년이고
    진달래 복숭아꽃 살구꽃이 덩달아
    희희낙락 나불댄 게 아니겠어요
    싹수 노란 민들레가 망보는 뒤꼍
    자꾸만 수상쩍어 가보니 이런!
    겁없이 멋대로 발랑 까진 10대들
    냉이 꽃다지 제비꽃 환하더군요
    몰래 숨어 꼬나문 담배불처럼
    참 발칙하고 앙증맞은 시절입니다
    나로서는 대책없는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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