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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하루....일상에 대하여 2023. 1. 12. 15:07
약간 허한 기분이 들어 밥을 더 많이 먹고 밀린 잠을 자는데 어느 업체인지 11통 전화를 쉬지 않고 걸어댄다. 한달 지났으면 이제 그만 안 와도 될 법한데, 안 받으면 몇 번 걸다가 말던지 11통이나 연속해서 걸어대는 다급함이였을까...
이런저런 기억 추억 상념이 떠오르다가 스그러지는 매일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길게 지나가는 나날...혼자 처박혀 지지고볶아야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생각 행동이 만들어지는 찌질한 성격이라...뒷산 도림천이라도 걷다올까 하다...늘 너무 많은 사람을 쓸데없이 만나고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일에 이런저런 소식 정보를 듣는 것도...습관처럼 처먹어대는 술도 재미가 없어진...찾는 사람도..누굴 찾아갈 것도 없이...적막하게...심심하게...그러다 힘이 넘치면...어디라도 휙 다녀오는...딱 내게 맞는 생활 패턴인듯...반길 사람도 없이..싸늘하게...무심하게...스쳐 지나가는 군상들로...돈이 없어 그렇지...괜찮은...내게 필요한 적막 심심한 하루하루...처박혀야 뭐가 줏어지고 만들어지니...
가득한 한심 -박노해-
오늘은 한심하게 지냈다
일도 하지 않고 책도 읽지 않고
마루에 걸터앉아 우두커니
솔개가 나는 먼 산을 바라보고
봉숭아 곁에 쪼그려 앉아 토옥토옥
꽃씨가 터져 굴러가는 걸 지켜보고
가을 하늘에 흰 구름이 지나가는 걸 바라보고
가늘어지는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꿉장난하는 아이들과 남편 배역을 맡아
하다가 목이 말라 우물가에서 심심한 물 한 모금 마시고
늘씬한 여자가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연노랑 빛 논길을 지나 고개 숙인 수수밭을 지나
양지바른 무덤가에 누워 깜박 졸다가
붉은 노을에 흠뻑 물들어 집으로 왔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 가득한 한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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