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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하루,
처리해야 할 일, 만나야 할 사람 약속을 잡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날, 잠도 실컷 자고 어디를 나가지 않으니 지루할 정도로 하루가 긴데, 나가 만나서 불편할 자리, 사람, 말을 안 하고 사니 평안한 시간이다.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그런 짓을 잘 안 하려 든다. 빼앗긴 조국도 팔아먹은 놈 따로, 되찾는 놈 따로, 되찾았더니 차지한 놈 따로면 나설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내가 왜 거기에 나서서 좋은 소리도 못 듣고, 생기는 것도 없는 짓을 해야되는거냐고, 짜증낼 것도 없이 그건 내 일이 아니다고 문을 걸어 닫고 선을 긋고 거리를 둔다.
10년 넘게 딸키우듯 해서 영어선생 만들었더니 다른 놈 새끼 낳아 다른 놈 좋은 짓 시키는 짓을 다시는 안 하겠다는 것일거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무슨 의무마냥 좋은 사람 역할 하는 것도 싫고, 역사가 우리를 평가할 것이라는 멍청한 외침이었을까, 필요한 대로 왜곡되는게 역사인 것을, 뒈지게 고생해서 죽고난 다음에 역사가 뭐라 평가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평가는 커녕 무덤자리도 없이 흔적없이 사라지는 짓이면 어처구니 없겠지,
집구석도, 가족 형제도 뭔 일만 있을 때만, 고맙다 하지도 않을 짓에 끌어들이는 전화조차 받지 않는다. 고작 지방공무원 하급직이 뭐라고, 그게 내 인생 조져가면서 지켜줄 자리도 아니고, 지역의 개새끼들 쓰레기 소리에 눈깔을 희번덕거리며 무식한 것들이 제 뱃속 챙기는 무슨 관계를 들먹이면 이런 씨발놈들이 있냐고 연락할 일 없을거라고 벌레보듯 역겹게 대한다.
저건 사건 던져줄 때만 친한 척이구나, 저 새끼는 왜 나만 보면 사건 타령일까, 검사하다 나와서는 압수수색, 영장 정보 빼와서는 상담 맡겼으면 수임은 지가 알아서 해야되는거 아니야, 몇 천 만원 해먹으려다 밥 한끼 사는 것도 없이 내가 왜 그래야지, 저 짝것들도 고맙다는 소리도 없이 왜 끼였을까, 뜻이 같을 때만 편들어줘야 선후배라는 종자들은 뭐고, 저건 뭐해줬다고 지지해주고 운동을 해달라 요구에, 싸구려로 날로 먹으려는게 사람 좋으니 만만하고 쉬워보이는건가,
노동, 비정규직, 노가다 편의점 알바들이 그렇게 살지 않던데, 다른 머리를 굴리고, 노가다 비정규직 알바의 적은 같은 놈들에, 있는 놈한테 알랑거려 붙어먹고, 노동해방 정의하곤 딴 세상을 미화해서 뉴스 상품으로 포장시켜 딴소리일까,
월세 한 푼 더 받겠다, 보증금이 떨어지면 이사까지 해줘 내쫓아 낄낄거리고, 라면 새우깡 위치가 다르다고 마름질 패악질을 부리는 현실을 삶은 아름답다, 노동은 신성해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아닌 척 쳐다보다 시비거는 새끼가 있으려나, 그러거나 말거나 끄적거리는 대학낙서장 같은건데,
ctnical, pessimistic, nihilistic realist...누구를 만나고, 술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내키는대로, 불편하지 않고 즐거운 자리로, 가려 만나고 가야 할 자리 해야할 말을 다르게 한다.
빼앗긴 조국은 되찾아도 돌아선 여자 마음은 되돌릴 수 없다던가, 돌아선 여자 마음같은 긴 하루를 산다.'일상에 대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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