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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음(偶吟) -신경림-좋아하는 시 2019. 1. 10. 02:01우음(偶吟) -신경림--예산에서아무리 낮은 산도 산은 산이어서봉우리도 있고 바위너설도 있고골짜기도 있고 갈대밭도 있다품안에는 산짐승도 살게 하고 또머리칼 속에는 갖가지 새도 기른다어깨에 겨드랑이에 산꽃을 피우는가 하면등과 엉덩이에는 이끼도 돋게 하고가슴팍이며 뱃속에는 금과 은 같은소중한 것을 감추어두기도 한다아무리 낮은 산도 알 건 다 알아서비바람 치는 날은 몸을 웅크리기도 하고햇볕 따스하면 가슴 활짝 펴고진종일 해바리기를 하기도 한다도둑떼들 모여와 함부로 산을 짓밟으면분노로 몸을 치떨 줄도 알고때아닌 횡액 닥쳐산 한 모퉁이 무너져나가면꺼이꺼이 땅에 엎으러져 울 줄도 안다세상이 시끄러우면 근심어린 눈으로사람들 사는 꼴 굽어보기도 하고동네 경사에는 덩달아 신이 나서덩실덩실 춤을 출 줄도 안다아무리 낮은 산도 산은 산이어서있을 것은 있고 갖출 것은 갖추었다알 것은 알고 볼 것은 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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