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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영어회화 시간에 외국인 선생들이 정치이야기를 묻다가 patriot 이라며 기이한 표정이었는데, 북미 대화 결렬과 3.1 운동에 대한 글들을 읽다가 떠오르는 단어다. 스무살에는 왜 그런 표정이었을까 싶었는데,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된다.
유고에서 가져왔다는 우리 안의 파시즘 이론도 스물 후반 무렵 흥미로웠는데, 다른 입장 태도로 공동체와 개인을 비라보게 되어서일까, 군중심리론에 대한 이론 비슷하게 인지하게 된다.
새벽 일찍 일어나서 외계어 같은 기계용어 문제만 훑어보고는 영등포에 다녀와서 미아동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니 피곤해 일찍 잤더니 새벽 3시 반 눈이 떠진다. 다른 책을 펼치고, 옛 기억이 떠올라 다른 평가와 해석 정리를 하고는 순수하고 착하다는게 얼마나 무모하고 어리석은지를 되새겼다.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경기가 좋아진건가, 봄내음이 나는 지하철 여자들의 치마가 길어졌다. 눈요기에는 화끈하게 허벅지를 드러낸 미니스커트가 좋겠지만 마오자이의 곡선처럼 감춰져 윤곽선의 매끄러움을 상상하는게 긴 치마의 매력이겠다. 예쁘고 섹시한 여자들을 쳐다보며, 실체는 어떨까, 천박할까, 내용있게 은근한 매력이 있을까, 성격은 어떨까를 추측해보다 무슨 상관이라고 모르는 여자 관상 품평회일까 싶어 관심이 접어진다.
초여름이 지나야 조금씩 나아지는 생활일거 같은데, 돈벌이를 늘리는 방법을 모색하고 얼마를 빌려야 봄을 버티고 견딜 것이라서 부탁할 데를 궁리다. 정신줄은 돌아왔고 먹고 살아남아야 하니 바둥거리며 애쓸 수 밖에 없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좋을 때와 힘들 때의 사람의 입장 태도가 각인되어 맹자의 생어우환 사어안락이 몸과 마음에 배이지 않았을까 싶다.
한숨 더 잘까, 뭐라도 챙겨먹고 읽던 책 마저 읽을까, 10분, 30분 잠시 몸을 누여도 피로가 풀리는 정도가 다른게, 쪽잠이나 휴식도 경험에 따라 변하는건가, 먹는 양도 줄어들고, 나이를 먹으면 몸도 마음도 생각도 달라지는게 여전히 20대 후반 같은데 반세기를 살아 다른 생각으로 바뀐 모습을 느끼고 관찰하는 생활의 지혜, 그때의 보임이 예전과 같지 않다.'일상에 대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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