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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의 노래 -마광수-좋아하는 시 2019. 11. 11. 18:05망나니의 노래 -마광수-
떨어져 내리는 것은 너만이 아니다.
긴 한낮 하늘을 비집던 태양,
제 미처 바다에 못 가 미처 버린 폭포,
모든 게 운명처럼 떨어져 내리나니
아, 어찌 모든 것들은 떨어져 가야만 하는 것이냐
시간의 힘은 이리 무섭기만 한 것이냐
어쩔 수 없이 울긋불긋 휘황한 치장을 하고
내 한껏 신명나게 칼을 휘둘러대면
칼끝은 본능처럼 선그어 떨어져 내린다.
-- 늠름하던 네 모가지는 어찌 그리도 힘없이 떨어져버리는 거냐
내 마음 난파당한 어느 쇠배마냥
스스로 무거움겨워 가라앉아 버렸나니
나를 휘감는 건 죽음 같은 고독일 뿐.
네 목을 찾지 말라, 날 욕하지 말라.
억겁 이전 인연으로 우리는 만났거니
죽이는 것도, 죽는 것도 단 한 번뿐
짧은 생, 우리 업보를 누가 막으랴.
그래도 우리는 소매끝 인연보다
피엉겨 다붙은 친구되어 만났으니
천년, 만년 뒤 저 세상에서
우리, 다시 한 번 합하게 될지 그 뉘 알리?'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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