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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을 끓여 한 살 더 먹고 며칠을 처박혀 생각이 많았다.
옛 기억을 떠올리며...어떤 선택이...여기는 어디고, 왜 여기에 있는지, 어디로 갈 것이고 어떻게 살아갈지...
밥 두 공기를 김에 싸서 김치 반찬 하나에 먹고나니...없는 놈은 속이 든든해야... 밥심으로 산다는 말처럼 불끈 뺀질거려진다.
또 살아봐야지...사노라면 언젠가는...이젠 새파랗지는 않지만...
거대한 밥 -한혜영-
밥이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긴 대사도 외워진다는
늙은 여배우의 고백을 들으며
산다는 것은 전쟁이지,
웅얼거리다
적과 싸우기 위해
불쌍한 백성의 밥을 얻어먹을 수밖에 없었던
이순신의 밥을 떠올린다
세상엔 너무 작아서
안 보이는 것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커서 안 보이는 것도 있다는 것
거대한 밥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가스배관을 타고 오르는
도둑의 머리 위에서, 홀로
빛나는 스텐 밥그릇을 올려다본다
그리고 먼 바다로 나가 밥알
건져 올리는 어부들의 그물을 생각하다가,
영어 단어 하나하나가 밥알인
이민자들의 밥공기를 어루만지다가
지구라는 거대한 밥그릇을 깨닫는다
다닥다닥
붙은 밥알이 우리라는 거
서로가 서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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