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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믿음 -박노해-좋아하는 시 2020. 7. 13. 15:16
마지막 남은 믿 -박노해-
정직하게 땀 흘리면 반드시 잘 사는 날이 온다
열심히 일하다 보면 나에게도 해 뜨는 날은 온다
이 작은 믿음 하나로 일만 하며 살아온 나에게
어느 날 갑자기 닥쳐온 실직은
내 모든 것을 빼앗아 가 버렸지만
나에게는 이제 아내도 없고 아이도 없고
집도 돈도 친구도 없고 기술도 다 소용이 없고
내 일생을 지탱해온 모든 것들이 차갑게 무너지고
내가 딛고 선 삶의 믿음이 발밑에서 허물어지고
이제 나는 세상의 그 무엇도 믿지 않지만
그래도 이 차디찬 세상에서
아직 내가 버리지 못한 유일한 믿음이 있다면
그건 … 햇볕이 따뜻하다는 거다…
긴 밤을 찬 콘크리트 바닥에서 떨며 지새운 내 몸에
아직도 햇볕은 따뜻하게 평등하게 비춰준다는 이 진실
공원 벤치에 누운 내게도 햇볕은 따뜻하다는
이 마지막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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