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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곗 돈-
농장 며느리 곗돈 떼어 먹고 달아난 뒤 계꾼들 그 집
시어머니 머리채 휘둘러 썽풀이 하는데
아이고 그 돈이 우쩐 돈인데 조석 건너뛰고 입성 홑깝...
데기 바투 입고 새끼들 주전부리 욱박질러 한 달 두 달
천금겉이 부었는데 아이고 그 불쌍년 한 입에 털어 넣고
내 무신 정을 대고 살것노 내 발등 찍고 말제 우찌 남편
새끼 얼굴 대면코 살것노
그 집 시어머니 반쯤 벗겨진 치마 고쳐 입으며 머리칼
대충 만지며 마른 악 내지르는데
내사 그 돈 구경 한 번 못 해보고 며느리 잃고 내일부
텀 손주새끼 거두러 돈 바꾸러 품일 가야 하는데 이년들
이 와 지랄이여 할 말 있으모 달아난 년 잡아다 손톱 뽑
아 놓든지 먹은 거 다부 게여 놓게 하든지 내사 턱 앞에
끼니 걱정 닥쳤는데 니 년들캉 내캉은 같은 처진데 같은
쳐진데
계꾼들도 주저앉고 시어머니도 주저앉고 바람도 주저
앉고 시름살 겨운 살림네들이 고마 아무나 붙잡고 통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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