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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해본 일인데다 일을 잘 못해서 밤노가다 나가는 날이 다가오면 학교 가기 싫은 아이마냥 두려워진다. 길을 지나가다 편의점 간판을 쳐다봐도 트라우마처럼 끔찍스럽고, 물건들, 포스기 찍어대는 소리가 연상되어 우울해진다.
부탁했던 곳에서 두어달 넘게 연락이 오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영어팔이를 부탁을 하고 있다. 몸을 쓰는 일을 못하니 지식팔이를 해야겠는데, 기다려보라는 대답뿐이라서 날씨도 추워지는데 길바닥에 나앉지 않을려면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겠다.
영화 다운받는 IT 회사의 무지막지한 폭행 사건, 댓글을 썼다고 퇴직한 직원을 회사로 불러서 때리는 사장놈도, 부른다고 맞으러 가는 사람도, 그걸 못 본 체 앉아있는 직원들도, 닭을 칼로 내려치고, 활을 쏘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먹고 사는게 저렇게까지 비굴한 노예로 만드는걸까,
정도의 차이지만 다른 직장, 다른 사람들도 밥벌이, 돈 앞에서는 저런 모습이지는 않을까...
노가다도 거뜬하게 해내고, 어디든 오라는데나,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여겼는데, 학교에 있을 때는 여기저기 오라는 제안도 심심찮더니 영어팔이도 뜸한게, 먹고 살려면 몸이라도 팔아야 된다는 말을 오늘 한 명 추가해서 너댓명 째다. 학교 여선생들이 짤리면 노래방 도우미 한다면서 불러달라는 농담에 그 얼굴 몸매로는 도우미 못 할거라고 놀렸었는데, 사 주는 사람도 없겠지만 먹고 살려고 몸을 팔 수 있을까, 자존감이 떨어져 짖궂은 농담에 감정이 상한다.
예전과 다른 관점 태도로 세상과 사람을 보게 되니 참 한심하고 철딱서니 없이 살았지 싶다. 먹고 사는게 사랑하는 사람도 버리고, 관계의 재구성이 일어나는 정글인데, 왜 그리 멍청하게 살았을까, 두 시간만에 쫓겨난 노가다 후유증으로 오른 팔꿈치는 지금도 불편하여 힘쓰기가 안 되고, 몸도 마음도 움추려드는데 뭐 좀 확실한걸 찾아 애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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