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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댄서인가 검은 끈을 허벅지 윗쪽에 묶고, 옷 안에도 같은 색 검은 줄 라인 틈새로 가슴골이 보이는데 반짝이 눈화장에 부시시한 탈색된 퍼머머리의 스물 초반의 아가씨는 음료수에 숙취환을 매일 2시 경에 사가며 터벅터벅 지친 걸음으로 무표정이다.
170cm에 60kg는 족히 넘을 것 같은 글래머 아가씨는 아저씨라고 부르지 않는 유일한 손님인데 짧은 원피스가 말려 올라가는지 몇 분 간격으로 짜악 소리가 나도록 치마를 내리며 오빠~오빠~~미소띤 얼굴로 코맹맹이 소리에, 뒤에서 기다리는 가방을 멘 학생 차림의 스물 초반은 못마땅한 얼굴로 먼저 계산해달라 볼멘 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애교있는 오빠 고맙습니다~수고하세요고,
99년 생 퀵배달 서비스는 신분증을 두 번 확인했더니, 아까도 담배 사 가고, 골목 안쪽 사무실에서 왔다는데도 기억이 안 난다니, 다시 나가서 가져온다. 배달의 민족같은 거냐니, 그런단다. 오후 4시부터 새벽 2시까지 하는데 건당 ...3천원을 받는데 보통 15만원 벌어서 오토바이 리스비, 밥값, 담뱃값, 사무실에서 먹는 술값 빼도 10만원은 번다면서 생각 있으면 말씀하란다.
97년 생 아가씨는 민증 확인하자니 어이없다며 삐식 웃길래, 스물 두 살, 참 많이도 드신 나이라고 혼잣말이었고,
96년 생 아가씨는 얌전하게 생겼는데 자주 취해서는 담배를 사러오는데, 술냄새가 진동하는 새벽 5시 반,
새벽 일을 나가는지 따뜻한 아메리카로 아침을 시작하는 마른 체형의 50대 후반, 천 오백원짜리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일상의 즐거운 호사가 아닐까 싶은 표정이다.
6시 넘어서 금고 돈을 수금하러 오는 70 먹은 사장은 오늘은 일이 적어 한가하게 보냈더니 고구마를 여러 개 구워놓았다 잔소리를 시작으로 신경질적인 태도인게, cctv로 감시하니 10시간을 쉴새없이 움직이던 어제에 비해 너무 널널하게 있는게 못마땅한걸까, 그러던가 말던가 해줄만큼만 해주면 되는거고,
담배 esse 수를 엑쎌쑤~로 발음하는 아침 일 나가는 영감님은 오늘도 엑쎌쑤에 커피를 달라길래, 담배 이름에 엘이 없는데 ㄹ을 넣어서 붙여 발음하면 다른데서도 알아먹지 못할거라고, 에쎄 띄고 수~ 이렇게 발음하라고 listen and five times repeat 에 practice 까지 해줬는데 에쎄(ㄹ?)쑤 응~알았어~~하고 나가는게 다음에도 혀굴려서 엑쎌쑤 하겠다.
노동의 형태에 따라 움직이는 시간대가 다른 다양한 군상들이 자신만의 모습으로 일정한 시간에 들러서는 매일 비슷한 반복이다.
한 시간 남은 주말 노가다 이틀째, 나는 어떤 유형의 모습으로 보여질까, 존재가 의식을 규정하는 현실 일상의 민낯, 그때의 보임이 예전과 같지 않고 내가 춤출 수 없는 혁명은 내 혁명이 아니다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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