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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원숭이를 보라 -송경동-좋아하는 시 2022. 6. 25. 04:26
내 안의 원숭이를 보라 -송경동-
스물 초입에 세상을 배울 때 꿈 하나는
나이 먹어서도 원숭이는 되지 말자였다
잠깐 민주주의다였다개
잠깐 정의의 편 참된 역사의 편이였다가
왕년의 시시껄렁한 무용담이나 늘어놓고
얕은 재주나 파는 이는 되지 말자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을
내 것인 양 사유화하고
헐값에 팔아넘기는 사람은 되지 말자였다
그러나 어느 틈에
내 안에도 들어와 사는 큰 원숭이 한마리를 본다
작은 재주에 으쓱하고 쉬지 않고 재롱을 부리며
광대처럼 무대에서 박수만 받고 싶어 하는 원숭이
사회를 검색하는 일보다 자신을 검색하는 일이 더 많고
숨겨진 진실을 캐는 일보다
눈곱만 한 자산을 계량하는 일이
더 많아진 원숭이
자신이 어떤 좁디좁은 철망 속에
다시 갇혔는지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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