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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렐루야 소주와 함께 -최금진-좋아하는 시 2018. 12. 25. 18:08
할렐루야 소주와 함께 -최금진-
소주 두 병을 사놓고 아껴가며 먹는다
만성이 된 궁핍함에 무슨 경계가 있을까마는
그래도 저녁 여섯시 이후에 ...
취해도 덜 부끄러운 시간에 마신다
술을 푼다는 말과 슬프다는 말의 여운이 서로 비슷해지는 저녁
새우깡을 씹어먹으며
깡으로 찬장 속의 부엌칼을 물고 죽어도
그건 엽기적인 사건일 뿐 뉴스엔 나오지 않을 것이다이 저녁의 소주 두 병과 일곱 평의 방은 너무 적고
해놓은 것도 없으면서도 모든 게 적다고만 생각되는 결핍
왜 그런 결핍에 코를 댈 때마다 석유 냄새가 나는 걸까
화악, 불길처럼 오르는 술기운빈 술병을 들여다보면 그 속은 텅 빈 옹관묘
서너 개 불 켜진 건너편 셋방들도 어둠 속의 구멍
새해마다 같은 점괘가 나오는 사주의 까닭모를 불행은
왜 손도 안 닿는 구멍인가
구멍이 술주정뱅이를 낳고 미신을 낳고
기도를 해볼까
이 쓸쓸한 연말에 오실지도 모를 메시안 기다려볼까
주여,
저는 당신이 끈덕지게 저주할 만한 사람이 못됩니다 소주 두 병으로 취하기엔 아무래도 모자라
추리닝을 입고 동네 슈퍼마켓에 가면
경기가 안 좋죠 어떻게 알아보고 주인 사내가
말을 걸 것이다누구나 함부로 예측할 수 있는 통속적인 불행을 산다
하지만 누구나
아닙니다 살 만합니다 웃으며 딴청을 부려야 산다
하지만 누구나
아닙니다 살 만 합니다 웃으며 딴청을 부려야 산다
인간은 호모네간스 반드시 그렇더라도 부정하는 존재니까
성탄절 트리를 멋지게 세운 골목 앞 교회에서
예수님이 그려진 전도지를 보면
무조건 아멘 이다
갈 데까지 가겠다는 기꺼이 콜 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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