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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하루를 자고 일어난 날일상에 대하여 2019. 3. 4. 17:11오후 서너시나 된줄 알았더니, 부재중 전화를 무심코 누르다 이상해서 바로 끊었더니 밤 11시다. 11시간을 기절했다 눈이 떠진거다.
아침에 교대하면서 쭈볏 눈치를 보는 오전 알바에게 담배 두 갑이 하나는 남고, 하나는 부족하다 전달하며 사장한테 라면 안 채워놓았다 말했다던데, 다 채웠는데 빠진게 있었냐니, 말이 잘못 전달되었다며, 문제 만들고 싶지 않은데 당황스럽다며 얼굴을 붉히길래, 사장이 말을잘못 들어서 그랬나보다고 알았다고 말았다.
용돈벌이 편의점 일도 기술과 방법이 필요한거라서, 주어진 일을 잘하고 못하는게 헤게모니에 영향을 미친다. 두 군데 일도 많고 지랄같은 어린 애들을 경험해서 그럭저럭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으니, 엉뚱한 소리는 미리 잘라놓은게 낫겠다는 생각에 한마디 했더니 적절한 반응 결과다.
잠 못자며 몸뚱아리로 10시간 8만원 남짓을 벌어와서 방세와 라면을 사먹을 수 있는 돈을 버는 일, 낙성대 점포를 내놓고 신림사거리 골목 안쪽에 있는 곳을 하나 인수했다며, 다른 뉘앙스를 풍긴다. 그쪽에 자리가 나면 시간을 늘려주겠다는 의미인가, 뭐 좀 배우는 한 두달은 그럴 여유가 없을거고, 책보며 밤을 새는 것과는 다른거라서 하루는 어떻게 버티는데 두번째 날은 기절한듯 정신없이 자게 된다.
physical, menatal labor로 나뉜다고 자본론인지, 공산당 선언에서 work, labor 차이가 뭐냐고 와국 영어강사에게 물었던 기억이 나는데, 머리쓰는 일, 몸쓰는 일이 더 적절한 단어가 아닐까, 영어팔이가 힘든 육체노동이다고 여겼었는데, 몸쓰는 노가다에 비하면 힘든 일이라고 할 수가 없겠다.
먹물냄새가 난다던데, 9천원짜리 문제집 한권 주문하면서 만 오천원짜리 책 두권에, 커피 2만 3천원어치를 같이 주문하면서 5만원은 밥도 안 나오는 짓에 쓰는 돈인가 싶어 망설여지는게, 밤 새서 한 시간에 8천원을 버는 돈이라서일까, 몸팔아서 밥이 아니라 책을 사는 기분이란게, 그 책을 밥처럼 좋아라 하니 취미도 이상한 취미다.
열 아홉살에 대학원서 쓰러 태어난 곳을 벗어날 때, 버스에서 뒤돌아본 모습에서 떠오르던 예감, 5년 전 남교사 휴게실에서 여기가 어디인지 헷갈리던 정체성의 혼란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까닭을 알게 된 몇 년이었다. 존재와 의식의 문제였고, 존재가 규정하는 의식의 현실이 정립되어진 일상을 예전과 같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산동네 서너평 작은 방에서 반세기를 살아온 수컷 한마리가 웅크려 눈을 반짝이며 모색하고 궁리하며 애쓰는 모습이다.
오뎅국 데워서 수학선생 친구가 가져다 준 김치에 김 싸서 밥 한공기로 배를 채우고, 읽던 거 마저 읽고 한숨 더 눈붙이고 움직여봐야겠다.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것이리라. 괜찮다....괜찮다....'일상에 대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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