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늦저녁의 버스킹 -김종해-
    좋아하는 시 2019. 8. 15. 15:57
    늦저녁의 버스킹  -김종해-

    나뭇잎 떨어지는 저녁이 와서
    내 몸속에 악기(樂器)가 있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그간 소리 내지 않았던 몇 개의 악기
    현악기의 줄을 고르는 동안
    길은 더 저물고 등불은 깊어진다
    나 오랫동안 먼 길 걸어왔음으로
    길은 등 뒤에서 고단한 몸을 눕힌다'
    삶의 길이 서로 저마다 달라서
    네거리는 저 혼자 신호등 불빛을 바꾼다
    오늘밤 이곳이면 적당하다
    이 거리에 자리를 펴리라
    나뭇잎 떨어지고 해 지는 저녁
    내 몸속의 악기를 모두 꺼내어 연주하리라
    어둠 속의 비애여
    아픔과 절망의 한 시절이요
    나를 위해 내가 부르고 싶은 나의 노래
    바람처럼 멀리 띄워 보내리라
    사랑과 안식과 희망의 한때
    나그네의 한철 시름도 담아보리라
    저녁이 와서 길은 빨리 저물어 가는데
    그동안 이 생에서 뛰놀았던 생의 환희
    내 마음속에 내린 낙엽 한 장도
    오늘밤 악기 위에 얹어서 노래하리라

    '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 앞에 봄이 있다 -김종해-  (0) 2019.08.15
    목련 -김수복-  (0) 2019.08.15
    겨울 금강 -도종환-  (0) 2019.08.15
    열쇠 -김종해-  (0) 2019.08.15
    거짓말 -문정희-  (0) 2019.08.09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