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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먹는 밥 -임영조-좋아하는 시 2020. 1. 26. 19:38
혼자 먹는 밥 -임영조-
외딴 섬에 홀로 앉아 밥을 먹는다
동태찌개 백반 일인분에 삼천오백원
호박나물 도라지무침 김치 몇 조각
깻잎장아찌 몇 장을 곁들인 오찬이다
먹기 위해 사는가, 묻지 마라
누구나 때가 되면 먹는다
살기 위해 먹는가, 어쨋거나
밥은 산 자의 몫이므로 먹는다
빈둥빈둥 한나절을 보내도
나는 또 욕먹듯 밥을 먹는다
은행에서 명퇴한 동창생은 말한다
(위로인지 조롱인지 부럽다는 듯)
시 쓰는 너는 밥값한다고
생선적인 일을 해서 좋겠다고 말한다
나는 아직 이 세상 누구를 위해
뜨끈한 밥이 돼본 적 없다
누구의 가슴을 덥혀줄 숟갈은커녕
밥도 안 되고 돈도 안 되는
시 한 줄 못 쓰고 밥을 먹다니!
유일한 친구 보세란(報歲蘭) 한 분이
유심히 지켜보는 가운데
혼자서 먹는 밥은 왜
거저먹는 젯밥처럼 목이 메는가
먹어도 우울하고 배가 고픈가
반추하며 혼자 먹는 밥.'좋아하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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