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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날씨다. 처박혀 아랫목에서 책 읽다가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술취한 놈, 술처먹자는 놈, 미운 놈, 쓸데없는 전화를 받지 않고, 혼자서 빈둥거리며 보낸 하루다.
왕따, 자발적 왕따, 싫어하든 좋아하든 뭐라 씨부리든 꼴린대로 내뱉든 아랑곳없이 혼자 놀다가 김남주가 0.7평 독방에 가둬놓으니 가지고 놀거라고는 좆밖에 없더라던데 아직 짱짱하니 어디 휘두르다 들어와도 될 것인데, 다른 가지고 놀 것이 많은 자유로운 영혼의 몸뚱아리라서 불러주는 사람도 거절하며 빈둥거리고 있다.
혁명을 도모하고, 정치,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면거 여기저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들쑤시며 취해서 돌아다녔을까,
어디 흘린거 아무거나 줏어먹는 비위가 좋지도 않고, 뭐가 궁금했을까, 인간에 대한 예의였을까, 아무 여자나 만나지 않는 것처럼 아무나 만나서 술처먹고, 헛소리 지껄여대는게 무슨 의미, 재미가 있을거라고,
백 명의 여자가 좋아하면 뭐하나, 잘 맞는 여자 한 명하고 손잡고 거니는게 즐거운 것처럼 사람도 그런 것인데,
눈 내리는 거리의 아름다운 풍경이 1인칭 이해관계로 바뀌면 참 웃기게도 산다 싶은 난장으로 달라보이는 세상인 것을,
사람 안 만나고 술 안 마신지 5일째로 들어선 영하 10도의 자정 무렵, 쌓인 알콜이 분해되어 달달한 단내가 올라오고, 뇌와 내장에 산소공급이 잘 되는지 기분좋은 현기증이 느껴지는데 술 말고 눈빛 좋은 참한 여자가 차가운 몸으로 이불속에 파고들어 시원한 홍시 같은 밤을 지새우면 좋을련만 찾아올 여자가 없다.
홍시 하나 꺼내먹고 또 자야될 모양이다.'일상에 대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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