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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내 것이 아닌 풍경들일상에 대하여 2019. 1. 11. 02:24
빨간 머리 여자애, 스무살이나 되었을 또래의 남자, 커플룩으로 롱패딩을 읽고 산꼭대기 자취방으로 오손도손 스며든다. 대화에서 떨림과 설레임이 느껴지는게 연애가 아직 익숙치 않은 커플의 뒷모습이다.
어제 밤 꿈에 또 등장한 13년 등골을 빼먹고 헤어진 옛 여자친구처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풍경이다.
헤어지고 대 여섯 번 그럴 기회가 있었는데, 나이 차이가 띠동갑을 넘어서니 들이대는 여선생들이 부담스러웠다. 더 어린 딸을 또 키워야 되나, 돈도 없는데 결혼하자면 어쩌나, 날나리 뽕이면 대충 놀아주고 말겠는데 연애경험도 없으니 눈이 삐여서 좋다하는걸텐데,
가볍게, 그냥 싫지 않아서, 지적 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데 좋다는 여자가 더러 있었고,
혁명이니, 운동이니 시 몇 편을 읽는데도 별다른 감흥이 없이 기계적이다. 노동자, 농민, 단체, 지역에서 어떻게 다르게 살아가는지 스무살이 아닌 관점과 입장 태도로 알기에 상부구조, 하부구조, 토대가 집회 구호처럼 감흥이 없는 것이다.
사구체, 국가 시스템, 조직, 기업, 장사치, 일상을 살아가는 민낯이 역사니, 교과서 내용과 계급 계층이 신분 지위에 권력과 권한, 역할이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일상과 보편적인, 특수한 개인의 삶과 생활을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개개의 인생을 예전과 다르게 보이고 인식하고 수용하니 가치관, 관점, 입장, 태도가 변한 것이리라.
바깥을 나다니고 움직일 돈이 없어 여기저기 아쉬운 소리를 하고, 먹고 살 궁리를 찾고, 외국에 나가 있고, 나갈 계획이고, 녹녹치 않다는 미안하다는 문자에 안부를 묻고, 어떻게 헤쳐나가봐라 위로와 격려로 하루를 책을 읽다 어디를 다녀오며 보내고, 겨울을 나고, 1년에 대한 몇 가지 플랜을 모색하고, 그 이후를 또 궁리하고, 누군가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누웠다 책을 읽었다 컴퓨터를 뒤적이는 자정이 넘은 시간, 단숨에 책을 읽는 스타일이라서 펼친 책을 마저 읽을까, 아껴 읽을까 망설이며 읽다가 끄적댄다.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라고 정현종의 시였나,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풍경들이 그때의 보임이 예전과 같지 않다.'일상에 대하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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