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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서 시 한 편 쓰기 -곽재구-좋아하는 시 2018. 11. 27. 11:24
광주에서 시 한 편 쓰기 -곽재구- 일금 사천원을 주고 영화 "프라하의 봄"을 보다 밀란쿤데라의 원작인 이 영화를 보기 위해 화가 김경주와 소설가 박인홍이 함께 앉아 있다 시셋말로 룸펜 프롤레타리아인 이들의 꿈은 자유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그들은 안경알을 닦고 종이컵에 담긴 커피 한잔씩을 마신다 평일 낮인데도 영화관은 붐빈다 이곳이 광주라는 것은 생각하면 뜻밖이다 광주에 살기 위해서는 힘이 든다 아니 세상에서 살기란 힘이 든다 세상에서 적당히 살기가 어렵고 광주에서 그럭저럭 살기가 더욱 어렵다 옷을 벗어요라고 말하면 쉽게 비늘을 벗는 영화 속의 프라하 여자들처럼 그렇게 훌훌 살아가는 세상은 어디 없을까 그렇게 시 한 편 쓸 수 있는 작은 책상 어디 없을까 사람 사는 세상 위해 이 세상 모든 탱크와 이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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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길목에서 몸앓이일상에 대하여 2018. 11. 27. 04:59
병원을 다녀와서 밥도 조금씩 먹고 괜찮다 싶었더니 밤이 되니 두통과 몸살 기운이 다시 나타났다. 앓느라고 6일 째 술을 마시지 않고 있고, 한 달은 못 잔 사람마냥 거의 종일을 자면서 보냈다. 꿈에서는 여검사 두 명이랑 한 방에 같이 자다 윗쪽에서 자던 여자가 아랫쪽으로 밀고내려와 내 이불자리를 침범해서 자리를 옮겼더니 이번에 내가 다른 여검 이불을 침범했더니 애랑 같이 누워있는 이불을 제끼며 내 자리로 돌아가라고 신경질을 부리는 바람에 잠이 깼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5개월 밀린 건강보험료와 병원진료비를 내고 돈이 조금 남아 책 2권과 원두커피를 주문했다. 고소장을 작성하려다 머리가 지근거려 나중으로 미루고 영화 몇 편을 다운받아 보는 중이다. 날 밝으면 뒷산 아랫녘만 한 바퀴 돌고 와야겠다. 내가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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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지만 고독하게 -이문재-좋아하는 시 2018. 11. 27. 04:30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이문재-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자유롭지만 조금 고독하게 어릿광대처럼 자유롭지만 망명 정치범처럼 고독하게 토요일 밤처럼 자유롭지만 휴가 마지막 날처럼 고독하게 여럿이 있을 때 조금 고독하고 혼자 있을 때 정말 자유롭게 혼자 자유로와도 죄스럽지 않고 여럿 속에서 고독해도 조금 자유롭게 자유롭지만 조금 고독하게 그리하여 자유에 지지않게 고독하지만 조금 자유롭게 그리하여 고독에 지지않게 나에 대하여 너에 대하여 자유롭지만 고독하게 그리하여 우리들에게 자유롭지만 조금 고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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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켜놓고 두어 시간 자고 깬 새벽 2시 반일상에 대하여 2018. 11. 23. 04:10
컴퓨터와 방 전등을 켜둔 채 두어 시간 자다 깼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도 자다가도 불이 모두 꺼지면 두려워서 벌떡 일어나서는 숨죽이며 어둠 속에 누워있곤 했었다. 식당하던 홀의 큰 괘종시계가 댕댕 울리는 소리도 무서웠고, 형제 여러 명과 한 방에서 자면서 바지를 벗고 자는게 꺼려져서 이상한 놈이라고 구박을 당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때는 야자 끝나고 오면 여학생이 자주 전화가 온다고 누나들이 눈을 부라리며 지랄이더니, 대학 때는 비디오방 아줌마가 테입 안 가져다 줬다는 전화에 아줌마도 만나고 다니냐고 지랄이고, 혼자민의 공간이 필요했는데 스무살 이후 낯선 타지에서 혼자 살면서 자유대신 결핍으로 헤매였고,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고 헛되고 헛된 쓰잘데기 없는 것들에 정신이 팔려 딴짓으로 비현실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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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길로 가다 -박노해-좋아하는 시 2018. 11. 22. 23:12
동그란 길로 가다 -박노해- 누구도 산정에 오래 머물 수는 없다 누구도 골짜기에 오래 있을 수는 없다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는 것 절정의 시간은 짧다 최악의 시간도 짧다 천국의 기쁨도 짧다 지옥의 고통도 짧다 긴 호흡으로 보면 좋을 때도 순간이고 어려울 때도 순간인 것을 돌아보면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게 나쁜 것이 아닌 것을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나가는 것 그러니 담대하라 어떤 경우에도 너 자신을 잃지 마라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